[장지원 사람향기] 염화미소(拈花微笑) 닮은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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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지원 사람향기] 염화미소(拈花微笑) 닮은 산
  • 장지원 기자
  • 승인 2020.11.24 21: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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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태산은 어머니의 품을 연상케 하는 곳이다. 이 산은 거대한 바위가 우뚝 솟아있는 돌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구에서부터 그 포근함과 수수함이 그리고 풀 냄새, 매미소리가 진동을 한다. 오솔길을 따라 오르면 넓은 바위 사이로 가슴속까지 시원한 물소리를 들을 수 있다. 그 물소리가 길을 안내한다. 그 소리 따라 계속 오르면 커다란 삼신 바위가 있고, 사람들이 소원을 비느라 작은 돌로 정성스레 탑을 만들어 놓은 흔적이 많이 보인다. 길을 따라 좀 더 올라가면 시원한 삼단폭포가 있다. 삼단폭포는 반질거리는 바위 위로 시원한 물줄기가 미끄러지며, 주위의 단아한 절경으로 오르는 사람들의 사진 찍는 소리가 요란하다. 옛날에 용이 승천한 곳이라고 하는데 내 시각으로는 아무리 들여다보아도 의심스럽다. 그 길 끝에 철도 침목(枕木)으로 만들어 놓은 나무계단을 오르면 개암나무, 때죽나무, 감나무 등 울창한 숲길이 나온다. 그 길을 지나면서 탁 트인 넓은 대지 위에 우뚝 서 있는 거대한 나무를 만날 수 있다. 그것이 천연기념물 제223호로 지정된 천년이 넘었다는 은행나무!

이 은행나무는 작은 물줄기가 흐르는 위에 자리를 잡았다. 가지가 두 갈래로 나누어져서 한 가지가 땅으로 휘어져 뿌리를 내리고 여기서 자라난 새로운 나뭇가지는 높이가 5m 이상이나 되며, 국가에 큰 난이 있을 때는 소리를 내며 울었다는 전설이 있다.

다른 어떤 나무에서도 볼 수 없는 모양이다. 가지들이 서로 의지하면서 온갖 풍상을 겪어내고 탐스러운 은행 열매도 하나 가득 품고 있었다.

은행나무를 지나 몇 개의 돌계단을 오르면 바로 영국사 (寧國寺)가 자리하고 있다. 영국사에는 다른 절과 달리 일주문(一柱門)이 없는 것이 특이하다. 일주문은 사찰에 들어서기 전에 세속의 번뇌로 흐트러진 마음을 하나로 모아 진리의 세계로 향한다는 의미가 있는데, 이 절은 천년 된 은행나무가 그 역할을 대신해주고 있다.

다른 절의 암자 정도 되는 작은 규모를 가진 영국사는 소박하고 잔잔하다. 암자 앞에는 작은 3층 석탑 (보물 533호)과, 보리수나무가 있고, 곁에는 목련이 한 그루가 있다. 이 목련도 특이함을 지녔다. 본 가지가 새로 가지를 쳤고, 가지가 부러져서 죽어가고 있을 때 부러지면서 마찰로 새 가지에 붙게 되어 그 나무가 살았다는 것이다.

이 산의 특징인 듯싶다. 세상 온갖 시름 다 품어 안고 서로를 지켜주면서 잘 자라고 있었다. 찬찬히 보고 있노라면 가슴이 뭉클해진다. 이렇듯 이 산은 어미의 마음과도 같은 산이다. 그런 모습의 나무를 보면서 나도 어미의 품안에서 지치고 아플 때 내게 힘을 주는 그런 모습으로 보호받으며 어우러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이곳은 연리지 현상을 보이는 두 그루의 나무가 있지만 사실은 보기 드문 모양이다. 그래서 많은 등산인들이 사랑하는 산일지도 모른다. 내려오는 길 한쪽에는 그들이 사랑하는 산임을 표시하는 산악 팀의 사랑스런 리본이 즐비하게 서서 춤을 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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