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지원 사람향기] 이색 보수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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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지원 사람향기] 이색 보수공사
  • 장지원 기자
  • 승인 2020.03.05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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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류도 다양한 공사현장이 곳곳에 많이 있다. 그것도 낮, 밤을 안 가리고 공사를 하는 곳이 많다. 하수도 공사, 지하철공사, 교량건설, 하다못해 인도 (人道)에 있는 보도블록교체까지 다양하다.  또한 가게마다 자신의 가게 이름이 잘 보여야 한다는 욕심으로 크게만 만들어진 간판들을 보기에도 예쁘고, 잘 알아볼 수 있게 그리고 건물의 미관까지 고려하여 일제히 재정비에 들어갔다. 구석구석 정비체제에 들어간 이때에 우리 집에서도 이색 보수공사가 있었다.

보수공사라고 하니 조금 우습기는 하다.

남동생이 스무 살 되던 해부터 앞 머리카락이 주인의 허락(?)도 없이 조금씩 빠지더니 어느 순간에 눈에 띄게 비어버렸다. 그대로 놔두었다가는 완벽한 대머리가 되어 장가 못 간다고 동생이 호들갑을 떠니, 어머니는 큰일 났다면서 보수공사를 해 주어야겠다는 결심을 하셨다.

어머니와 나는 머리카락에 좋다는 각종 영양제, 샴푸, 비누, 바르는 약, 먹는 약, 식품 등 국내에서 선전하는 것들은 몽땅 사들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노력한 만큼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늘 그대로였다. 동생은 매일 머리를 내 코앞에 들이밀면서 “누나, 머리카락 났어?” 하면서 눈만 마주치면 묻는다. 그렇게 시간이 일 년, 이 년, 삼 년…. 머리카락은 새로 나올 기미도 없는데 시간은 야속하게도 변함없이 흐르고 있었다.

실망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검은깨를 먹으면 탈모에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또 한 번의 한 가닥 희망을 품고 검은깨를 사왔다. 이것을 먹는 방법은 잘 씻어서 곱게 갈아 손으로 뭉쳐질 만큼의 꿀을 넣고 대추알 크기의 환(丸)으로 만들어서 우유와 복용했다. 이렇게 몇 해를 먹으니 조금의 변화가 있었다.

그리고 바르는 약은 미국의 ○○○라는 약이 효과가 있었다. 다소 비싸기는 했지만, 몇 해 사용해 보니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아주 가느다란 머리카락이 자라면서 하얀 머리 살 위에 자리 잡기 시작했다. 한 동안 아기 머리카락 같은 가느다란 것들이 보이기 시작하니 동생은 또 묻는다.“누나, 머리카락 많이 났어? 자라고 있어?”나는‘그래, 얘 제법 많이 자랐다.’하면서 위로도 해주고 희망도 주었다. 하지만 생각한 것 보다 머리카락은 더디게 자라고 있었다.

그러다가 작년에 복분자가 탈모에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좋다는데 무엇인들 못하리. 또 보수공사(?)에 특효라는 산딸기를 따러 가자고 하신다. 나는 집안의 마당쇠 역할을 도맡아 하다 보니 안 따라가는 곳이 없다.

지난여름, 어느 산에 산딸기나무가 많이 있다는 정보를 들었다. 부모님과 나는 열매를 따서 담을 자루를 준비하고 길을 나섰다. 물어물어 간 곳에는 듣던 대로 나무들이 군데군데 잘 자라 있었다. 약으로 쓰는 것은 익지 않은 열매여야 한다. 딱딱한 열매를 손톱 끝으로 따는데 너무 아프고 힘들다. 팔 다리 아픈 것은 참을 수 있어도 손톱 끝 아픈 것은 참을 수가 없었다. 더구나 작은 가시가 스칠 때마다 쓰라리고 아프기까지 했다. 하지만 잘 익은 열매를 찾아 한 입 쏘-옥 먹을 때는 아픔도 잊는다. 동생의 대머리 때문에 시작한 복분자 따기는 식구들을 번거롭게 했다.

따온 열매를 찌고 말려서, 약 불에 달여 먹였다. 그렇게 일 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면서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가느다란 머리카락이 굵어지기 시작을 했고, 새로 나기도 했다. 하지만 머리카락만 집중적으로 나면 좋겠지만, 팔, 다리, 가슴에도 털이 소복이 자라나서 나는 동생을 보면 원시인이라고 놀리기도 한다.

복분자는 동의보감에 보면 버릴 것이 없는 좋은 나무이다. 신장의 기를 돋우어 머리카락을 잘 나게 하는 것 중의 하나란다. 탈모는 정신적인 긴장, 스트레스를 풀고, 신장 기능을 돋우고, 잠을 푹 자고, 섭생(攝生)을 잘 하면 예방이 된다. 또한 복분자는 머리카락을 희어지지 않게도 한단다. 동생에게는 아주 안성맞춤이다.

힘들게 만든 만큼 머리카락이 잘 자라서, 더 이상 스트레스 받지 않길 바랄 뿐이다. 이렇게 동생의 머리카락 보수공사는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나는 올 여름에도 산으로 열매를 따러 올라갈 것이다. 동생의 머리카락이 소복해질 그 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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