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지원 사람향기] 책 속의 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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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지원 사람향기] 책 속의 보물
  • 장지원 기자
  • 승인 2020.03.02 15: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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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하거나 기분 전환이 필요할 때 나는 곧잘 책장 정리를 한다.

내 방에 있는 물건이나 책들을 정리하고 나면 제법 마음이 개운하고 차분해진다. 그런 후에 마음에 드는 책을 한 권 빼들고 읽기 시작을 한다. 이는 나의 유일한 스트레스 해소법이다. 그리고 책을 읽어가면서 마음에 드는 구절에 밑줄을 치는 습관을 가지고 있는데, 이것은 바로 숨겨놓은 보물을 찾는 표시라고 할 수도 있겠다.

내가 읽을 책을 선택할 때는 대개 신문에 소개되는 지면을 보고 결정한다. 그리고 다른 선택은, 책 속의 필자가 어떤 책을 재미있게 읽었다는 구절이 나오면 꼭 메모해 두었다가 구입하여 읽는다. 최근에 읽은 책 중에도 퍽 재미나는 이야기가 있었다. 쉽게 잊어버리는 내가 아직도 기억을 하는 것은 책 속에서 시원한 해답을 얻었기 때문일 것이다.

“두부”라는 책을 읽었을 때였다. 평소에 출옥한 사람들이 왜 두부를 먹을까 궁금했는데 이 글을 읽으면서 나의 궁금증은 저절로 풀렸다.

출옥한 사람에게 제일먼저 두부를 먹이는 풍습은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었던 모양이다. 물론 일제시대에도 있었단다. 징역살이를 속칭“콩 밥 먹는다.”라고 한 것을 생각해보면 출옥한 이에게 두부를 먹이는 까닭을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다는 재미있는 구절이 나온다. 두부는 콩으로부터 풀려난 상태로써 다시는 콩으로 돌아갈 수 없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두부를 먹이는 풍습은“또다시 옥살이를 하지 말라.”는 당부나 기원의 뜻을 담고 있다고 해석한다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해 궁금증을 풀고 나니 여간 후련하지 않았다.

“홀로 벼슬하며 그대를 생각하노라.”이 책은 옛날의 생활상을 적은 글인데, 역시 재미 만점이었다.

1568년 10월 23일의 이른 아침, 미암이 몸단장을 하고 아내 덕봉에게 하는 말이다.

“내가 본시 이가 많은 사람인데 근래에 와서 보기가 드물어 의심을 했소. 근데 전일부터 다시 이가 많아지기 시작을 했으니 이젠 염려하지 않아도 되겠소.”하는 구절이 상당히 재미있었다.

이 시절 모든 사람들은 죽을 사람에게는 이가 없어진다고 믿어왔다. 그래서 이가 많이 생김을 기뻐한다는 심정을 일기에 기록하고 있으니 이 어찌 재미있는 일이라 하지 않겠는가? 이가 많으면 고민을 해야 할 터인데 거꾸로 없어서 걱정을 하니 이 얼마나 역설적인가. 목욕하기를 아주 싫어한 미암이란 사람은 그 누구보다 생의 애착이 강했다는 반증이기도 한 것이다.

또 한 가지, 우리가 섣불리 알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조선조 양반가문의 여성들은 일반적으로 대인관계의 폭이 대단히 넓었다는 것이다. 최소한 16세기까지만 하더라도 부녀자들끼리 자주 모임을 가졌을 뿐 아니라 특별한 구경거리가 있으면 반드시 나가서 구경을 하고 돌아왔다고 쓰여 있다. 그러고 보면 그 당시의 부녀자는 문밖출입도 안하고 항상 집안에만 박혀 있었을 것으로 믿어왔던 우리의 고정관념은 깨어지지 않을 수 없다.

요즘은 남자들이 여성화가 되어 가는지 귀걸이며 다른 액세서리를 하는 이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이 시기에도 남자들이 나이가 많든 적든 귀를 뚫어 귀걸이를 하고 다닌 풍습이 있었다. 한 번은 임금이 직접 친필로 써서 귀고리 금지령을 내리기도 하였다니 참으로 놀라운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요즘에만 있는 일인 줄 알았는데, 상투 틀던 시절에도 있었다니 말이다.

또한 나를 피식 웃게 만든 구절도 있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미암이 서울에서 홀로 여러 달을 지내면서 다른 여인을 가까이 하지 않았다고 부인에게 자랑하는 글을 써서 보낸 편지 때문이다. 아내는 그 편지를 보고 답장을 보냈는데,“여러 달을 독숙(獨宿) 하였다고 고결한 체하지 말고 잡념을 끊고 기운이나 보양하시오. 거기에는 나의 공도 있으니 가벼이 여기지 말고….”이 얼마나 재미있는 편지글인가.

그리고“어머니는 우리를 25단어로 키우셨다”이 책은 평범한 주부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하지만 그 어머니는 평범하지 않았다. 열 명의 자녀와 폭력 남편이 한 가족 구성원이다. 그래서 늘 가난을 벗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어머니는 웃음을 잃지 않았고, 살아가기 위해서 각종 퀴즈며, 광고문구 등 열심히 응모를 하였다. 그렇게 당선된 상품이며, 당첨금이 이들을 가난에서 구해주었다.

어머니의 별난 재주로 자식들은 잘 자라주었고, 2차 세계대전으로 어려운 시기도 지혜롭게 잘 넘겼다. 어머니의 희망적인 단어들이 만들어내는 응모작들. 이것이 곧 소중한 재산이다. 이 책을 보는 동안 내내 감동의 도가니에 빠져있었다.

이처럼 책 속에는 희망, 사랑, 용기, 감사, 유머, 정보 등 온갖 지혜가 끊임없이 솟아 나온다. 앞에 소개한 내용의 일부는 책을 가까이 하지 않는 사람들도 재미나게 볼 수 있다고 판단되어 흥미 있는 대목을 소개해 본 것이다. 책 속에는 무궁무진한 보물이 가득 들어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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