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지원 사람향기] 게임과 인생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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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지원 사람향기] 게임과 인생살이
  • 장지원 기자
  • 승인 2020.02.17 10: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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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매의 정을 쌓으려면 의도적으로 남성적인 프로그램을 봐야했다. 주로 스포츠, 게임, 낚시 채널 말이다. 좋아하는 성향이 다르다보니 어느 누가 맞추려하지 않으면 대화의 소재를 찾기도 어려웠지만, 무어라도 알아야 한 마디라도 건넬 수 있기 때문이다.

어릴 때부터 게임에 타의 추종을 불허했던 동생은 성인이 된 지금도 프로급이다. 유명한 일화는 전자오락실에서 백 원이면 몇 시간이고 놀 정도였으니, 동생이 가면 주인아저씨가 오히려 동전을 주면서 돌아가 달라고 사정하곤 했었다.

그때의 기억으로 가끔 프로게이머들을 볼 때마다 '너도 게임 잘하는데 프로데뷔 해봐' 라고 물으면 자기는 고전적인 게임이 좋다고 하면서 거절할 구실을 찾는다.

오락은 예나 지금이나 머리 나쁘면 할 수 없다는 것이 동생의 설명이다. 예를 들어서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이 있는데, 이것은 전략 시뮬레이션이기 때문에 전략과 전술이 필요하며 빠른 머리 회전을 요하는 수준 있는 것이란다. 테란이니, 저그니 하면서 장황하게 설명을 하지만 게이머들의 손놀림이 어찌나 빠른지 잘 모르겠다. 현란한 바탕색 위에 개미만큼 작은 그림들이 정신없이 움직이는데 나는 아무리 들여다봐도 알 수가 없다. 동생 스스로도 직접 하기에는 자신 없다고 할 정도다.

하루는 스트레스 해소 겸해서 내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오락 테트리스 (벽돌쌓기)를 하고 있었다. 이 게임은 매우 단순하다. 블록으로 틈을 메우면 부서지고 다시 쌓으면 된다. 점수가 올라가면서 레벨도 올라가고, 블록도 갈수록 빨리 떨어지는데 이때 작동을 빠르게 할 수가 없어서 엉뚱한 곳에 쌓게도 된다. 이 게임은 블록 하나를 잘못 쌓으면 만회하기가 어려워 끝이 난다. 나의 설명을 듣던 동생이 “인생도 마찬가지야.”하면서 방을 나갔다.

곰곰 생각해보니 우리는 게임을 할 때 자신이 선택한 게임에 한해서는 아무리 어려운 것도 잘하든 못하든 즐기면서 한다. 하지만 삶은 그렇지 않다.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다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오락하듯이 즐거움 하나만으로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공통점을 찾아보니 계획과 분석을 한다는 점은 많이 닮은듯하다. 게임도 인생도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 결정하여 계획을 세우고 실패든 성공이든 그에 따른 분석을 하니 말이다.

게임과 우리의 인생살이가 비슷하다는 것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게임도 잘하려면 많은 인내와 노력이 있어야 하듯이 삶도 그렇고, 순간의 선택으로 망치는 게임처럼 우리네 삶도 마찬가지이다. 그렇게 망친 게임은 다시 시작하면 되지만, 우리의 삶은 그보다는 어렵다.

사람마다 가치관이 다르기에 자신의 삶을 계획하는 모양도 다르다. 어떤 사람은 인간관계 맺을 때도 상대가 재물이 얼마 있고, 학력이 어디까지인지를 계산하여 교제하는 사람을 보았다. 인생의 목표를 부(富)하나에만 치중하여 살아가는 사람도 봤지만 그 사람 입에서는 늘 피곤하다, 돈 벌기 힘들다는 소리뿐이었다. 즐긴다는 냄새는 풍기지도 않고 사람 냄새도 나지 않는다. 나와는 많이 다른 경우이다. 나는 겉으로 보여지는 계산하기 좋은 것들이 아닌, 상대가 어떤 인격 내지는 그가 가진 가치관을 일순위로 보며 결정하기 때문이다.

사람은 자신이 어디에 가치를 두고 사느냐에 따라 삶의 형태가 결정된다. 나의 이런 가치관 때문에 주변에서는 바보라는 둥, 그래서 그렇게 밖에 못산다, 고집스럽게 글 쓰는 거야. 하면서 듣기 좋은 소리는 해주지 않는다.

나 비록 많이 버는 재주도 없고 재물도 없지만, 좋을 때는 좋은 것을 느끼고, 나쁠 때는 괴로움까지도 고스란히 받아들여 느끼며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살아가고 싶다. 부(富)만을 쫓아가는 그런 메마른 인생시간 보다는 바보 소리를 들을망정 항상 촉촉한 물기를 느낄 수 있는 그런 시간을 살고 싶다. 이기려는 욕심보다는 포용력을 가지고 여유 있게.

흔히 회자되는 말로 인생은 나를 찾아가는 여행이라고 한다. 태어나면서 시작하여 무덤에 들어갈 때까지의 여행. 인생이든 게임이든 너무 이기려 하지 말고 정말 여행하듯이 웃으면서 즐기면 어떨까 하고 생각해봤다. 개인적으로는 1등이면 어떻고 꼴찌면 어떻겠는가 생각한다. 성공이든 실패든 그 자리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어차피 흘러가는 것인데. 그러니 성공했다고 자만할 것도 없고, 실패했다고 좌절할 것도 없다. 언제나 희망을 가지고 열심히 살아가면 되는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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