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지원 사람향기] 천천히 잘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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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지원 사람향기] 천천히 잘 될 겁니다
  • 장지원 기자
  • 승인 2020.03.10 18: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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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법을 쓰지 않고 정도(正道)만을 걷는 음식점. 물론 처음에는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아 힘들었지만 결국 인정을 받는다. “북경반점”이라는 영화는 우리들에게 시사(時事)하는 바가 크다.

음식점 주인은 매일 큰 항아리에 담근 춘장을 저으면서 콧노래를 부른다. 정통으로 맛을 내기 위해 노력하는 주인. 하지만 주방장은 현대인의 입맛에 맞춰 캐러멜과 화학조미료를 첨가하다 들킨다. 바쁠 때는 간혹 눈속임도 한다. 이때 주인은 바쁠수록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하면서 항상 정성 들여야 함을 강조한다. 하지만 주방장은 자신이 그렇게라도 해왔기에 손님이 꾸준했던 것이라고 큰소리치고 다른 곳으로 가버린다. 그 충격으로 주인은 쓰러지고, 남은 주방 식구들이 고유의 맛을 유지하면서 현대인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해 연구에 연구를 거듭한다. 열심히 하지만 남은 식구들은 경험 부족이었기에 의견일치도 안 되고 포기하자고 한다. 이때 양한국이라는 주방장 역할을 하는 청년이“괜찮아요. 천천히 잘 될 겁니다.”한다. 중국 사람들이 많이 쓰는 말이라는데 내 마음에 와 닿았다.

그들의 끊임없는 노력에 정통의 맛을 지니면서 현대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는 자장면을 만들 수 있었다. 이들의 노력에 북경반점에서 한 번 맛 본 사람들은 다른 곳에서 먹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 되어버렸다.

북경반점은 원칙을 지키면서 영업을 하고, 실패 후에는 처음보다 더 발전된 음식점이 되었다. 비록 영화 속의 이야기였지만 우리들이 가슴속에 새겨야할 내용이었다.

영화 속에서 음식은 최상의 재료로 정성 들여 만들어야함을 강조하고, 앞을 보고 미리 준비하는 준비성도 가르쳐주고 있다. 우리들은 무슨 일을 하든지 항상 양심과의 갈등을 겪게 된다. 편법이라는 것이 관례처럼 되어버린 업종에서 일을 하게 되면 해야 하나 말아야하나 갈등을 한다. 안 된다는 거 알면서도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 타협을 한다. 음식점도 그런 유혹에 약하다. 조금 낮은 질의 재료를 사용하여 이익을 남길까, 아니면 좋은 재료를 사용해야하나 갈등을 한다.

이 영화를 보는 동안 나는 어느 커피숍 주인의 상도가 생각났다. 양심과 이익의 사이에서 갈등을 한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원가 절감을 위해서 한 번 뽑아 낸 원두를 두 번 쓰는 가게도 있다는데, 그래야 하는 건 아닌지 스스로 갈등을 겪는 순간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주인은 다른 가게에서는 엄두도 내지 않는 최상의 원두를 사용하여 커피를 만들고, 만들고자하는 커피의 질량이 다르게 나왔을 때는 가차 없이 그냥 버린다. 그것이 이 커피숍 주인의 철칙이다. 최상의 재료로 최고의 맛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커피숍 주인은 영화 속의 주인처럼 최상의 재료와 양심으로 승부를 걸겠다는 결심으로 열심히 커피를 만든다. 역시 영화 속의 이야기처럼 이 집에서 만든 커피를 마셔본 사람은 다른 곳에서는 마실 수가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하다.

나는 오늘 커피숍에서 주인이 만들어준 커피를 마시면서 생각했다. 이 집 커피는 최상의 원두이기 때문에 처음에는 쌉쌀하지만 뒷맛은 달콤하다. 그렇듯이 지금의 쓴맛 같은 우리들의 사회현실이 시간이 갈수록 단맛으로 남길 바란다는 생각을 하면서, 천천히 잘될 거라는 용기 있는 말을 곱씹으며 한 모금 마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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