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큐브] LG-SK 배터리 소송, 감정적 대립보단 선의의 거버넌스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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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큐브] LG-SK 배터리 소송, 감정적 대립보단 선의의 거버넌스 절실
  • 조혜원 기자
  • 승인 2020.02.17 16: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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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스큐브
사진=뉴스큐브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2차전지 영업비밀침해' 소송과 관련해 SK이노베이션에 '조기패소 판결(Default Judgment)'을 내렸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소송전’이 장기화되면서 그동안 한국이 누려 왔던 ‘배터리 강국’의 위상이 흔들릴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국내 기업간 다툼이 중국이나 일본에게 좋은 일만 시켜주는 꼴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 미 ITC, SK 조기패소판결로 일단 LG 승기 잡아

17일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미 ITC는 14일(현지시각)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2차전지 영업비밀침해 소송과 관련해 SK이노베이션에 조기패소판결을 내렸다. 앞서 LG화학은 증거개시절차(discovery) 과정에서 SK의 광범위한 증거인멸이 포착됐다며 조기패소판결 등의 제재를 ITC에 요청한 바 있다.

ITC의 이번 결정으로 오는 3월 초로 예정된 변론(Hearing) 등의 절차 없이 10월5일까지 ITC의 최종결정만 남게 됐다. 영업비밀 침해소송과 특허침해 소송 모두 예비결정은 사실상 최종결정으로 이어진다. 조기패소 판결이 확정시 SK의 배터리 관련 부품·소재에 대한 미국 내 수입금지 효력이 발생한다.

오는 10월 패소가 확정되면 SK이노베이션의 미국 배터리 사업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결국 SK이노베이션은 최종판결 전까지 LG화학과의 협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합의 결렬에 대비해 미국 행정부가 거부권을 행사토록 아웃리치(대외접촉) 활동 등 '투트랙 전략'을 구사할 전망이다.

ICT의 결정이 한쪽의 무조건적인 승리를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다. ICT가 최종 결정을 내리더라도 미국 무역대표부(USTR)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이 열려있다.

SK이노베이션의 미국 내 배터리 공급이 중단될 경우, 미국 수요업체들의 피해는 물론 대미 투자 효과도 기대할 수 없게 됨에 따라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공익’을 앞세운 정무적 판단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조지아 공장에 1조9000억원 규모의 1차 투자에 이어 1조원 규모의 2차 투자도 계획하고 있다. 자국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기조를 감안하면 이같은 투자 계획의 무산 여부는 상당한 고민거리가 될 수밖에 없다.

이미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인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주 주지사가 SK-LG 배터리 소송전에서 SK를 지지한다는 내용의 서명문을 ITC에 보내는 등의 움직임이 일고 있다.

ITC 최종 결정 이후에 재개될 델라웨어주 연방지방법원 소송도 관건이다. 지난해 4월 LG화학이 영업비밀 침해로 SK이노베이션을 제소하고, 같은 해 9월 SK이노베이선이 특허 침해로 LG화학을 제소하면서 맞소송 양상이 된 이 소송은 현재 ITC의 진행에 따라 중지 상태이지만, ITC위원회가 최종적으로 결정하고 LG화학이 소송재개를 신청하면 재개된다.

- LG-SK 싸움동안 日, 中 바짝 추격... 협력을 통한 선의의 경쟁 필요

법원 소송절차를 진행해 최종 판결까지 나려면 2년을 더 기다려야 한다. 이 소송의 결과에 따라 손해배상과 미국 내 특허 및 영업비밀 침해 기술이 적용된 제품의 생산, 유통 판매가 금지되지만, 이 때가 되면 어떤 새로운 기술이 지금의 기술을 대체하게 될지 모를 일이다.

업계에서는 이처럼 무의미한 소송전의 장기화로 서로 이미지만 깎아먹고 기업 역량을 낭비할 것이 아니라 대승적으로 협상에 나서 조기에 갈등을 봉합하는 게 합리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런 지적에 따라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협상테이블을 통해 협의를 진전시킬 것으로 보인다.

두 국내 기업 모두 최종판결이 나올 때까지 소송을 끌고 가기에는 부담이 크다. 더욱이 한국 정부 역시 미래 산업보호 측면에서 적극적 기조로 선회, 양사 중재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다만 합의까지 과정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그동안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과의 협의를 위한 선결조건으로 ▲영업비밀 빼내기 사실 인정 ▲공개사과 ▲손해배상 등 재발방지 대책 마련 등 3가지 조건을 내밀었다. 이에 SK 측은 '백기투항'이라며 공개적으로 반발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벌써부터 양사간 실무진 접촉이 이뤄졌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협의가 지지부진하게 이뤄질 경우 양사간 최고경영진(CEO) 회동이 또다시 진행될 가능성도 크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과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은 지난해 9월 서울 한 모처에서 1시간 가량 회동을 갖기도 했지만 당시에는 합의의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ICT 판결을 계기로 양사 최고경영진(CEO) 회동이 재차 이뤄질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또한 LG화학은 전날 ICT 판결에 대한 입장문을 통해 “조기패소 판결이 내려질 정도로 공정한 소송을 방해한 SK이노베이션의 행위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다”면서도 “대화의 문은 열려 있다”고 언급했다.

SK이노베이션 역시 “LG화학과는 선의의 경쟁 관계이지만, 산업 생태계 발전을 위해 협력해야 할 파트너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 기조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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