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지원 사람향기] 행운의 2달러
상태바
[장지원 사람향기] 행운의 2달러
  • 장지원 기자
  • 승인 2020.02.13 17: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공짜 하고는 거리가 멀다. 몇 해 전에 직장동료와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은행 업무를 보는데 번호표를 받고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해서 즉석 복권을 한 장씩 사본 일이 있다. 그때 둘 다 ‘꽝’ 이었고, 우리 둘은 ‘역시 공짜와 인연이 없네.’ 하면서 실망했던 기억이 있다. 그 후로는 심심풀이로도 사지 않았다.

성격상 내 관심 분야가 아니면 무관심해서 소문에도 둔감할 정도다. 그러니 “2달러 지폐”에 관한 소문을 알리가 없다. 두어 달 전에 처음 들었으니까. 함께 자리했던 분이 지갑에서 반으로 접고, 또 반으로 접은 지폐 두장을 꺼내면서

“나, 2달러 지폐 구했어. 어찌나 어렵던지… 미국 드나드는 분한테 부탁했었지.” 하면서 보여준다. 한 장은 친구에게 줄 거란다. 뭔지 궁금하여 여쭈니

“그 얘기 모르니? 그레이스켈리.” 외국 배우 이름 기억하는 것도 특별히 호감 있는 사람만 기억하다보니 역시 처음 듣는 배우 이름이었다. 그 분 말씀으로는 여배우 그레이스 켈리가 모나코 왕자를 만났을 때 지갑에 2달러만 있었단다. 그리고 여배우는 왕비가 되는 행운을 잡았다면서 이후에 많은 사람들이 2달러를 지니고 싶어 한다고 들었다.

워낙 거저 생기는 것과는 인연이 없기에 그냥 스치고 들었던 이야기인데 내게도 우연히, 정말로 생각도 못했던 곳에서 2달러를 받은 것이다. 처음에는 그 돈이 가짜인줄 알았다. 건네받고도 좋은 기색이 없으니 상대방은 진짜라는 것을 거듭 강조했을 만큼 나는 둔감했다.

진짜라고 하니 그제야 내 입가에도 슬며시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다. 어떤 행운을 준다는 그 속설보다 내게 2달러 지폐가 생겼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행운이라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구하기 어렵다는 얘기를 들은 터에 손에 들고 보니 신기해서 어린아이 마냥 지폐가 들어있는 액자를 앞뒤로 뒤집어 보면서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액자 아래 부분에 유례도 적혀있는데, 읽어보니 내가 들은 얘기와 조금 달랐다.

2달러 지폐는 통용화폐로는 불편하여 수집용으로만 가치가 있다고 한다. 미국 서부 개척시대에 노다지를 찾아 긴 여정을 떠나는 사람들이 긴 여행길에 두려움, 외로움 때문에 유난히 숫자 “2”를 좋아했기 때문이란다. 그리고 그레이스켈리라는 여배우에게 함께 출연했던 프랭크 시나트라가 환심을 사기 위해서 2달러 지폐를 선물로 주었는데, 그 후에 모나코 왕비가 되어서 2달러가 행운을 주었다는 속설이 생겼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이야기를 뒤늦게 알고, 뒤늦게 소지하게 된 행운을 준다는 2달러를 보니 “운”과 행운“이 무얼까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없을 때는 몰랐는데 막상 손에 쥐고 보니 “2달러 지폐”가 내게는 어떤 좋은 일을 만들어 줄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운. 이것은 인간의 힘을 초월한 천운이라고 하고, 행운은 좋은 운수라고 한다. 대부분 자신에게 좋은 일이 생기라는 의미로 세간에 떠도는 속설들을 실천하는 사람들을 보았다. 빨간 속옷을 입으면 재수가 좋다고 하면서 매일 빨간 속옷을 입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부적도 넣고 다니기도 한다. 그리고 네잎 클로버를 찾아다니는 사람도 보았다. 은사님께 들은 실화인데 심한 경우였다. 군 복무시절 어느 대위 부인이 점을 보았는데, 많은 재물을 모으고 살 거라는 점괘가 나왔다며 남편에게 군 생활을 그만두어도 되겠다고 했단다. 대위는 어리석게도 아내의 말만 듣고 그만 두었는데 점괘만 믿고 특별히 하는 일 없이 그냥저냥 살다가 있는 집 까지 없애고 나중에는 아파도 약조차 쓸 수 없을 만큼 변변치 못하게 살았다고 들었다. 내 생각으로는 이해가 안 되는 판단이었지만, 노력도 안하고 잘 살기를 바랐으니 무엇이 잘 될 수 있었겠는가.

언젠가 본 “행운”이라는 책에서 운은 스쳐 지나가는 것이고 머물러 있지 않는다고 했다. 그리고 행운은 스스로 만들어내는 것이니 영원히 가질 수 있다고 했다. 새로운 미래를 원한다면 미루지 말고 당장 시작하라고 했듯이 행운은 그냥 찾아오는 것은 아니다. 열심히 노력한 자에게 주어지는 것이다.

내 좁은 생각으로는 그레이스켈리가 왕비가 된 것이 정말로 거저 얻어진 행운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자료를 찾아보니 집안의 든든한 후원덕분에 영화도 잘 골라서 출연을 했지만, 그 자신만의 매력과 탄탄한 연기력이 뒷받침 되었다고 한다.

보통은 사람들이 어떤 행운을 준다는 물건을 지니고만 있어도 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없지 않아 있다. 그 행운을 자기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꾸준히 자신을 다져 나가야만 기회가 왔을 때 잘 해낼 수 있고, 행운이 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선물을 건네준 사람에게 “팔자 고쳐라” 라는 말을 들었지만, 그보다는 내가 할 수 있고, 하고 싶은 일. 바로 이 글 쓰는 일을 행운의 2달러와 함께 열심히 오래도록 이어가고 싶을 뿐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