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훈 뷰파인더] 설 명절 목욕탕은 그대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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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훈 뷰파인더] 설 명절 목욕탕은 그대로였다
  • 최연훈 기자
  • 승인 2020.01.24 20: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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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김없이 2020년의 새해는 밝았고 25일이 지나고 나니 설 명절이 다가왔다.

회사마다 상황은 다르겠지만 연휴 하루 전에 쉬는 회사들도 있고 연휴까지 반납하고 일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모두의 가슴속엔 설이라는 명절이 주는 설렘이 있을 것이다.

필자도 설 연휴 시작하는 날 몸의 묵은때를 벗기고 새 기분을 낼 요량으로 목욕탕을 찾았다.

오랜만에 목욕탕을 간다고 새벽 조반을 챙겨 먹고 면도기와 칫솔을 챙겨 갔다.

나름 일찍 온다고 왔는데도 이미 목욕탕은 만원이었고 한눈에 보기에도 가족 단위로 온 사람들이 많아 보였다.

나이가 많든 적든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목욕탕을 찾은 사람들이 많았다.

필자는 간단하게 샤워를 하고 열탕으로 가려다가 너무 뜨거워 온탕에 자리 잡고 앉았다. 나이가 어리다고 뜨거운 게 싫고 나이가 들었다고 뜨거운 게 좋은 게 아닌 모양이다. 내 아버지는 어린 시절 온탕은 차갑다며 늘 열탕을 찾으셨다. 그러시면서 꼭 “어허 시원하다” 하셨다.

지금의 내 나이보다도 훨씬 젊었을 당시 내 아버지는 진짜 열탕의 뜨거움이 시원했을까? 그때의 아버지 나이보다도 더 나이가 들었는데도 발 한쪽 담궈 보고는 “앗 뜨거” 소스라치게 놀랐다. 필자는 온탕에 자리 잡고 잠시 생각해본다. “내가 친아들이 아닌가?”

한참을 온탕에 앉아 사람들을 구경했다. 어린아이들이 신나게 냉탕에서 뛰어논다.

필자가 어렸을 때 목욕탕에서 친구를 만나기라도 하면 친구와 냉탕에서 물장난을 치며 뛰어놀았고 그러다 보면 어김없이 동네 어르신들이 “이눔 시끼들!!!”하며 청천벽력같은 고함소리가 들려왔었다. 그래서 풀이 죽어 아버지 옆에 자리 잡고 앉으면 아버지는 위로는 커녕 어르신들한테 혼났다고 또 혼을 내셨다. 그리고는 정말 싫은 때밀기를 시작하셨다. 혼이 난 터라 입도 달싹 못하고 내 몸을 아버지에게 맡겨야 했다.

그런데 요즘은 혼을 내는 어르신들도 없고 혼을 낼 생각도 하지 않는다. 괜히 시비라도 붙을까 봐 그런 모양이다.

뛰어놀고 있는 어린아이들이 부럽기도 하고 시끄러워 못마땅하던 차에 어디선가 백발이 성성한 한 어르신이 “이눔 시끼들!!!”하고 불호령을 치신다. “시끄러워 죽겠네... 그렇게 뛰다가는 다쳐. 아버지 어디 계시냐?” 뛰어놀던 한 무리의 아이들은 갑자기 날아든 불호령에 기가 죽어 고개를 푹 숙이고는 땅만 바라본다. 목욕탕 곳곳에서 웃음소리가 났다. “그럴 줄 알았다 이눔들” “아버지 이름이 뭐냐?” “옛날 생각난다”며 한소리씩 거든다. 필자도 피식 웃음이 났다. 그런데 더 놀란 건 자기 아이에게 큰소리를 쳤다며 아버지들이 나타날 줄 알았는데 나타나질 않았다. 옛날 우리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시간이 지나고 그 아이들은 각자의 아버지 손에 이끌려 때를 밀기도 하고 머리를 감기도 하고 이미 나가서 시원한 바나나우유를 마시기도 하고 있었다.

괜히 훈훈해진 마음을 품고 온탕을 박차고 나와 나도 모르게 흘러나오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세신을 하고 욕탕을 나와 깨끗해진 몸뚱이에 물기를 닦아냈다.

뒤미쳐 나온 꼬부랑 할아버지 아버지와 백발의 할아버지 아들 부자 모습은 훈훈해진 내 마음에 불을 짚였다.

자기도 조심조심해야 할 백발의 아들은 꼬부랑 아버지가 혹여라도 미끄러질까 조심스럽게 아버지를 부축하고 나와서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연신 수건으로 물기를 닦아낸다. 에전에 내 아버지가 내게 했던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바로 옆에 체중계에 아버지의 몸무게를 체크한다. 그리고 백발 할아버지 아들이 올라가자 운신도 힘든 꼬부랑 할아버지 아버지는 아들의 몸무게를 쳐다보고는 체중이 늘었다며 걱정 담긴 소리를 하지만 내심 뿌듯해하는 얼굴이다. “너가 어릴때부터 뼈대는 장골이었지, 허허허”하며 말이다.

설은 이래서 훈훈한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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