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브분석] 호르무즈 독자 파병, 전략적 거버넌스의 묘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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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브분석] 호르무즈 독자 파병, 전략적 거버넌스의 묘수인가?
  • 최연훈 기자
  • 승인 2020.01.21 16: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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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호르무즈 해협에 독자적으로 파병한다고 결정했다.

지난해 5월 미국이 이란 핵 합의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해 중동 지역에 긴장 상황이 조성되고 지난 3일 이란 혁명수비대의 정예부대 쿠드스군의 거셈 솔레이마니 사령관이 이라크 바그다드 공항 부근에서 미군의 드론 공격으로 사망하는 등 중동 지역의 혼란속에 미국의 파병 요구를 거부만 할 수 없는 정부로써는 기존 파병 부대의 파병지역 확대라는 새로운 방식의 파병으로 미국과 이란의 사이에서 상호 협의를 통한 적절한 수준의 자세를 취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새로운 방식의 파병... 파병 지역의 확대

정부는 21일 혼란스런 중동 정세에 대비해 우리 국민의 안전과 선박의 자유 항행 보장을 위해 청해부대 파견지역을 한시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으로 호르무즈 해협에 독자 파병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에 따라 청해부대는 기존 아덴만 일대에서 오만만, 호르무즈 해협, 아라비아만(페르시아만) 일대까지 작전지역이 확대되며 파견 기한은 '한시적'이라고 발표했지만 정확한 기일은 정해지지 않았다.

또한 청해부대는 호르무즈 해협 일대에서 우리 국민과 선박을 보호하는 임무를 수행하지만, 미국 주도의 IMSC(국제해양안보구상·호르무즈 호위연합체) 통제가 아닌 우리 군 단독 지휘 아래 작전을 수행하게 된다.

다만 정부는 청해부대가 필요한 경우에 IMSC와도 협력한다는 방침을 세워 정보공유 등 제반 협조를 위해 청해부대 소속 장교 2명을 바레인에 있는 IMSC 본부에 연락장교로 파견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이날 오후 5시30분부터 임무를 교대하는 청해부대 31진 왕건함부터 작전 반경 확대가 적용된다. 청해부대는 4000t급 구축함인 왕건함, 링스헬기 1척, 고속단정 3척, 병력 320명 등으로 구성됐다. 국방부는 지난해 9월 청해부대 30진 강감찬함을 파견할 때부터 호르무즈까지 작전 반경 확대를 염두에 두었다. 이란 잠수함에 대응할 수 있는 대잠 능력을 보강한 것이다. 잠수함을 탐지할 수 있는 소나와 폭뢰, 대공능력 등을 확충했다.

-미국 이란 양쪽에 한 발씩 물러서는 듯하면서 요구는 들어주는 전략적 거버넌스

정부가 파견을 결정한 것은 미국의 지속적인 요구를 거부하기 힘들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줄곧 호르무즈 안정 기여를 위한 한국의 동참을 요구해왔다. 다만 미국이 주도하는 호위연합체에 참가하지 않고 독자 파병 형식을 취한 것은 이란과의 관계를 고려해 수위를 조절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의 파견 형식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은 미국의 IMSC에 참여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파견을 결정했다.

정부는 파견을 발표하기 전 미국과 사전 협의했고 우리 입장을 설명하는 절차를 거쳤다고 밝혔다. 국방부 관계자는 “미국은 한국의 결정에 환영하고, 기대한다는 수준의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란도 기본적인 입장을 밝힌 걸로 파악하고 있다"면서 "우리 결정을 이해한다는 정도로 외교부를 통해서 들은 바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이번 파견 결정으로 대북 관계와 관련하여 미국과의 대화에서 보다 적극적이고 전향적인 협력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정부는 미국이 향후 북한 문제에 보다 적극적으로 협조할 것이란 기대를 하고 있는 듯 하다. 특히 최근에 정부가 발표한 대북제재에 저촉되지 않은 대북 개별관광 추진에 미국의 협조를 구할 것으로 예측된다. 관광 자체는 제재 대상이 아니지만 금융, 통행 수단 등 제재 위반으로 지적될 소지들이 있어 미국의 협조가 필요하다. 이번 호르무즈 파견 결정이 미국의 보다 전향적인 협력을 요구할 수 있는 명분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회 비준 동의등 문제도 산적

국방부는 이번 파병에 대해 현재 유사시 상황에 중동지역에 있는 국민 안전과 선박 보호, 안정적 원유 수급 등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파병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국방부 관계자는 “최근에 미국과 이란의 분쟁 등 중동 지역 긴장 고조가 장기화되고 있고 국민, 선박, 안정적 원유 수급에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서 정부는 현 상황을 ‘유사시’ 상황이라고 정책적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과거 청해부대가 리비아와 가나에서 국민 구출 작전에 투입됐던 점에 비춰 국회 비준동의 없이 파견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정책적으로 결정한 것이기 때문에 국회 동의 사안은 아니다”라며 “‘유사시’라는 조건이 국회 동의안에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청해부대 파병과 관련한 국회 동의안에는 청해부대의 임무에는 ‘유사시 우리 국민 보호’, 파견 지역에는 아덴만 해역 일대 외에도 ‘유사시 우리 국민 보호 활동 시에는 지시되는 해역 포함’이라고 규정했다. 군 관계자는 “과거 우리 국민 철수 때와 유사하다고 보면 된다”라며 “단지 작전 범위 구역이 확대된 것으로 임무는 동일하다”고 했다.

중동 지역에는 약 2만5000명의 교민이 거주하고 있다. 호르무즈해협 일대는 한국 원유 수송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전략적으로 중요한 곳이다. 국방부는 “호르무즈 해협으로 우리 선박이 연 900여회 통항하고 있어 유사시 우리 군의 신속한 대응이 요구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의당 등 일부 야당에서는 “이번 파견지역 확대의 본질은 군사적 목표의 변경으로, 새로운 파병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사실상 새로운 파병을 국회 동의도 없이, ‘파견지역 확대’라는 애매하고 부정확한 절차를 통해 감행하는 정부의 행태는 매우 위험하다”며 “이런 결정은 그간 정부가 유지한 신중한 입장과도 위배된다. 배후에 어떤 압력이 있는지는 몰라도 이런 식으로 무분별하게 작전범위를 확대하는 것에 대해 정의당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또한 “호르무즈 파병은 국회 동의 사항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청해부대 파병은 국회의 비준권을 보장하는 헌법 60조를 위반하는 것이다. 정의당은 국익과 안전을 위협하는 파병에는 단호하게 반대한다”고 반대의 입장을 밝혀 국회의 동의 등 반발도 만만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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