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지원의 사람향기] 막 퍼주는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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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지원의 사람향기] 막 퍼주는 집
  • 장지원 기자
  • 승인 2020.01.10 18: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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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처럼 ‘불황이다 불황이다’ 소리치면 B급이라 불리는 상품들이 스멀스멀 나타난다.

그동안은 어디에서 꽁꽁 숨었다가 나왔는지 모를 만큼 쏟아져 나온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내가 사는 동네에 언제 생겼는지도 모르게 기존 가게들 틈 사이로 사람들이 자주 드나드는 가게 하나가 생겼다.

상품이 B급인 만큼 모양이나 상태가 아주 좋지는 않다. 하지만 주부들은 문턱이 닳도록 드나드는 가게다.

소문에 힘입어 나도 가게를 가봤다.

가게는 작은 규모로 서로 마주 다니기 불편할 만큼 협소한 공간이다. 합판을 얼기설기 설치해 놓고 그 위에 채소나 과일 생선을 작은 소쿠리에 담아 진열해놨다.

냉장 보관하지 않고 금방 먹을 것들을 바구니에 담았다.

대형 마트보다는 가격이 저렴했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그 가격에 양이 많다.

양손 무겁게 과일과 야채들을 봉다리 봉다리 담았다.

계산대에 놓고 신용카드를 주니 안 받는다고 한다. 그래서 현금을 주고 현금영수증을 해달라고 요구했다. 역시 그것도 안 해준다고 한다.

기분은 나빴지만 내 뒤에 계산을 기다리는 타인들이 있어 현금을 주고 사서 나왔다.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너무 많이 산 과일과 야채로 인해 아파오는 손의 통증만큼이나 내 머릿속은 복잡해진다. 아무리 작은 규모의 가게라도, 현금영수증 의무발행업종이 아니더라도, 2020년의 우리 대한민국에서 카드가 안되고 현금영수증도 안되는 곳이 있다는 말인가? 간이과세자 사업자라도 현금영수증을 다 발급할 수 있다고 들었는데...

B급이긴 해도 과일이며 야채며 물건들을 매입하려면 자기는 세금계산서든 현금영수증을 발행해야 할텐데...

복잡하다. 신고해야 하나? 먹고 살라고 하는 건데 괜히 내가 방해하나?

나의 비뚤어진 생각으로는 B급 상품을 파는 것이니 사가는 당신들도 그만큼만 하라는 속셈 인건가?

뭘 막 퍼준다는 건지... 간판 이름은 막 퍼주는 집인데 속셈은 소비자들의 돈을 비양심적으로 막 퍼담는 집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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