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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자살로 몰렸던 하청노동자…"산업재해" 판결

선박 표면에서 작업을 하다 에어호스에 목이 감겨 사망한 채로 발견된 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의 사고가 '자살'이라고 판단한 1심 판단을 항소심 재판부가 뒤집었다. 항소심 재판부는 자살이 아닌 사고며 이는 '업무상 재해'라고 판단했다.

서울고법 행정5부(부장판사 배광국)는 2014년 사망한 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 A씨의 배우자 김모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유족급여부지급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16일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A씨는 2014년 4월 현대중공업 선행도장부에서 샌딩작업을 하던 중 에어호스에 목이 감겨 사망한 채로 발견됐다. A씨가 했던 샌딩작업은 선박 표면에 도장을 하기 위해 사전에 철판에 있는 녹을 비롯한 이물질을 제거해 도장작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작업을 말한다.

작업자들은 녹을 제거하는 데에 쓰이는 그리트(쇳가루)를 분사하는 샌딩기와 에어호스를 이용해 작업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사고 당일 휴식 시간 때 작업반장에게 "(샌딩기) 리모컨이 자꾸 말썽"이라고 말하며 "한 타임만 더 작업을 해보고 이상이 있으면 고치겠다"는 취지로 말했다. 또 동료직원이 점심을 먹기 싫다고 하자 "컵라면 사 왔으니 같이 먹자"고 말을 하기도 했다.

작업반장은 사고 발생 15분 전 산업 현장에서 산소농도가 18% 미만일 때 착용하게 돼있는 송기마스크는 벗고 방진마스크만 착용한 채 작업장으로 내려가는 A씨를 목격했다고 진술했다.

동료인 B씨는 휴식 시간 이후 1시간 동안 작업을 하다 이동하던 중 에어호스에 목이 2~3회 감긴 채 사다리 근처의 공간에 매달려 있는 A씨를 발견했다.

사건을 맡은 울산지방경찰청은 같은해 5월말 A씨가 자살한 것으로 보고 내사를 종결했다. 그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일부 국회의원들이 A씨의 사망원인을 추궁하자 울산지방경찰청은 다시 내사에 착수했으나 결론은 같았다.

A씨의 배우자인 김씨는 2015년 5월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지급신청을 했으나 근로복지공단은 경찰 수사결과를 근거로 지급을 거부했다. 김씨는 소송을 제기했으나 1심은 A씨의 사망을 '자살'로 보고 근로복지공단의 부지급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사정을 종합해보면 A씨는 자신의 샌딩기 리모컨을 수리하려다 샌딩기에서 분사된 그리트가 눈에 들어가자 사다리를 통해 지상으로 내려가려다 호스에 목이 감겨 사망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따라서 이 사고는 업무상 재해에 해당된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업무와 재해 사이의 발생원인에 대한 직접 증거가 없는 경우라도 간접적인 사실관계 등에 의거해 경험법칙상 가장 합리적인 설명이 가능한 추론에 의해 추정할 수 있는 경우에는 업무상재해라고 봤다.

재판부는 A씨 발견 당시 착용했던 마스크가 훼손된 점과 얼굴과 눈 부위에서 그리트가 발견된 것을 볼 때 A씨가 샌딩기 리모컨을 수리하려고 시도하던 중 돌발적으로 샌딩기 작동으로 분사됐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봤다. 또 A씨의 머리에서 발견된 상처와 허벅지 부위의 상처는 시야 확보가 되지 않은 A씨가 움직이려다 부딪힌 걸로 추정했다.

재판부는 A씨가 2007년과 2013년 총 4차례 '망상장애'로 정신과 치료를 받은 사실은 있지만 심각한 수준이 아니었다고 봤다. 또 연체한 카드대금이나 보험료도 A씨의 수입으로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고 설명하며 자살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장지원 기자  yeounjun@newscub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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