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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입양'과정 국가상대 첫 재판…"아동수출 방치는 잘못"

40년 전 미국으로 입양된 해외입양인이 당시 무분별한 '아동수출'로 인해 강제추방 당하는 등 손해가 발생했다며 정부와 해외입양기관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정부가 관리·감독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해외입양인이 입양 과정의 문제를 지적하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8부(부장판사 심재남)는 13일 해외 입양인 아담 크랩서(43)씨가 정부와 해외입양기관 홀트아동복지회를 상대로 "미비한 입양 절차에 대한 손해를 배상하라"며 낸 2억여원의 손해배상 소송 1차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크랩서씨는 3살 때인 지난 1979년 홀트아동복지회를 통해 미국으로 입양됐지만, 이후 아동학대를 당하고 시민권을 받기 위한 입양 재판 등을 거치지 못해 2016년 시민권이 없다는 이유로 한국으로 강제추방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크랩서씨에 따르면 추방의 주된 이유는 40년 전 미비했던 입양 절차에 있다. 당시 친모가 있었지만 '기아'라고 서류에 허위 기재돼 입국 정보가 부실하다는 것이었다.

크랩서씨 측은 홀트아동복지회가 당시 친부모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기아로 허위 호적을 만들었고, 정부는 제대로 된 관리·감독을 하지 않아 손해가 발생했다며 이를 배상하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해외입양인이 입양 과정 문제를 지적하며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첫 손해배상 소송인만큼 이날 법정에는 다수의 해외입양인이 방청석을 채웠다.

크랩서씨 측 대리인은 "당시 크랩서씨가 친모가 있는 기록이 확인되는데 홀트아동복지회는 간이한 해외입양 완성을 위해 친모가 없는 '기아'로 불법적으로 호적을 창설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홀트아동복지회는 법정 후견인인데도 불구하고 크랩서씨가 해외입양된 후 사후관리 의무를 다하지 않아 아동학대에 여러 차례 노출됐다"면서 "결국 국적 취득이 되지 않아 추방당한 책임을 물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에 대해서는 "홀트아동복지회에 대한 관리·감독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면서 "크랩서씨는 입양 부모를 한 번도 보지 않고 입양되는 대리입양 제도를 통해 미국으로 갔는데 대리입양제도는 유례를 찾기 힘든 위헌적 제도다. 이런 위헌적 제도를 도입해 해외입양을 졸속 추진해 크랩서씨에 피해를 발생시켰다"고 말했다.

 아울러 "위법한 시행령으로 아동 이익 우선이 아니라 재정적 이익을 위한 입양이 돼서 피해가 발생했다"면서 "정부가 추방 위기에 처할 때 추방되지 않고 가족과 살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는데 안 한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했다.

반면 홀트아동복지회 측 대리인은 "그 당시 시대적 상황이나 여러 가지 배경을 볼 때 홀트아동복지회는 열악한 아동을 위했던 것이지 이윤 추구 행위를 한 것이 아니다"며 "크랩서씨 개인의 상황에 안타까워하며 도와주려 노력했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손해가 발생했어도 이미 소멸시효가 완성됐다"고 덧붙였다.

또 정부 측 대리인은 "당시 입양제도가 위헌적이라고 주장하는데 제도 내용이나 실제 크랩서씨에 대한 입양 절차를 보면 위헌적 근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양측의 입장을 들은 재판부는 필요한 증거 신청 등을 위해 추후 기일을 지정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장지원 기자  yeounjun@newscub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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