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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배원 파업위기, 노조 "2천명 증원"…우본 "예산 없다" 갈등
사진=뉴시스.

과도한 업무량에 총파업을 경고한 집배원들과 수천억대 적자에 시달리는 우정사업본부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집배원들은 인력증원 등을 요구하고 있고, 비상경영에 돌입한 우정본부는 이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에 전국우정노동조합은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24일 찬반투표를 거쳐 다음달 9일 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우정노조는 공무원 2만여명과 비공무원 7000여 명이 가입한 우정사업본부 내 최대 규모 노조다. 일반적인 공무원노조는 파업을 할 수 없으나, 우정노조는 국가공무원법에 따라 노동운동 등이 허용되는 현업 공무원으로 구성돼 파업을 할 수 있는 유일한 공무원노조다.

이들의 요구사항은 각종 수당 인상, 집배원 인력증원, 토요일 근무(배달) 폐지다.

우정노조는 경영평가상여금 평균 지급률(140%) 명시, 집배보로금과 발착보로금 인상, 상시출장여비 인상, 비공무원 처우개선 등 10개 안건을 요구했다. 집배원 인력은 2000명 이상 증원을 요구하고 있으며, 현재 평균 5시간 가량 일하는 토요일 근무는 아예 없애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정노조 이동호 위원장은 "집배원의 죽음의 행렬을 멈추려면 집배원 2000명 인력증원이 필요하다"며 "우정본부가 우리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는다면 전면 총파업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노총 이성경 사무총장은 "우정노동조합의 요구는 임금을 더 달라는 것이 아니라 우정노동자들이 죽지 않고 일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라며 "정부가 계속해서 우정노동조합의 정당한 요구를 외면하고 묵살한다면 우정노조 투쟁이 도화선이 돼 한국노총 차원의 전면적인 대정부 투쟁, 기재부장관 퇴진투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목소리 높였다.

우정노조의 총파업 경고는 국민들의 생활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다소 과도해보이지만, 이들의 요구사항을 면밀히 살펴보면 일정 부분 일리도 있다.

올해 집배원들의 초과 근무시간을 보면, 1인당 주평균 7.4시간으로 나타났다. 주 평균 12시간을 초과해 일한 집배원도 2488명에 달한다. 이는 전년대비 각각 30.8%, 55.7% 감소한 수치지만, 여전히 집배원들은 장시간 노동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우정사업본부 노사와 전문가로 구성된 '집배원 노동조건 개선기획추진단'이 지난해 10월 발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집배원들의 연간 노동시간은 2745시간에 달한다. 한국 임금노동자 평균인 2052시간보다 693시간 더 많다.

최근 10년 동안 숨진 집배원은 166명인데, 사망원인은 암·뇌심혈관계질환·교통사고·자살 순이었다. 산업재해율은 전체공무원(0.49%)은 물론, 소방관(1.08%)보다도 높은 1.62%로 조사됐다.

당시 추진단은 집배원을 2000명 이상 증원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올해 들어서도 사망자는 발생하고 있다. 우정사업본부 종사원 4만여명 가운데 뇌심혈관 질환으로 사망한 인원은 총 5명이며, 이 중 집배원이 4명으로 가장 많다.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인원도 각각 1건씩 있었는데, 모두 집배원이었다.  

2013년부터 현재까지 사망자가 가장 많았던 해는 2018년도였다. 뇌심혈관 질환으로 전체 15명이 사망했는데, 이 중 집배원이 7명이었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도 6차례 발생했고, 5명이 집배원이었다.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도 6명에 달했고 모두 집배원이었다.

지난 6일 우정본부가 개최한 '산업안전보건 관리 대토론회'에서 김형렬 교수(서울성모병원)는 "장시간 노동이 우울증상과 관련이 높다는 연구를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고 노동시간을 줄이는 노력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윤진하 연세대 교수도 "우정사업 종사원들은 뇌심혈관계 질환이 높은 편"이라면서 "장시간 근로와 야외근로에 대한 안전보건관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우정본부는 지속적인 적자와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당장 대규모 인력증원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우정본부의 우편사업 적자액은 2015년 553억원, 2016년, 674억원, 2017년 1200억원, 2018년 18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우정본부는 올해도 2000억원 이상, 내년에 3000억원 이상의 적자를 전망하고 있다.

우정노조도 우편사업 적자 상황을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일부 고위 간부들은 과도한 경영평가상여금을 받고 있으며, 예산 역시 초소형 전기차 사업 등 불필요한 곳에 쓰이고 있다고 지적한다.

우정본부는 올해 8월까지 초소형 전기차 1000대를 전국 235개 우체국에 시범 배치한다. 이미 지난해부터 초소형 전기차 70대를 서울 강남, 세종 등에 배치해 시험 운행 중이다. 투입예산은 125억원이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우정본부 관계자는 "상여금 관련해선 지난 국감에서도 지적을 받아 올해는 (국장 등 고위직) 지급하지 않았다. 4급부터는 직책수당도 안나가고 있다"며 "전기차 경우에는 관리인력이나 관리비가 들지 않는 리스형식으로 도입된다. 오토바이는 구매해서 3년 정도 타면 수명이 다하지만, 전기차는 8년 탈 수 있기 때문에 비용적인 측면에서 더 효율적"이라고 설명했다.

우정노조와 우정본부의 갈등을 봉합할 기회는 아직 남아 있다. 우정노조는 지난 11일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을 신청했다. 쟁의조정은 오는 26일 종료된다. 파업 찬반 투표는 24일로 예정됐다.

우정본부 측은 "우정노조의 요구사항이 대부분 현행 법령과 편성 예산으로 수용이 어려워 임금협상에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며 "조정절차에 성실히 참여하고 원만한 조정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우정사업 비상경영으로 합의 이행이 어려운 점을 설명하면서 토요배달 최소화 및 집배원 업무경감을 위한 대안 등을 제시했고, 앞으로도 우정노조와 성실히 협의해 국민 불편이 없도록 최선을 다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장영진 기자  yeounjun@newscub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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